[아주로앤피] 성매매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손님으로 위장해 영장 없이 업소를 촬영하거나 몰래 녹음하더라도 위법한 증거수집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종래 범죄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해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다고 보지만, 원래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은 허용하고 있다. 성매매알선이 통상적인 수사방법으로는 범죄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특수성을 인정한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기 고양시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던 A씨는 2018년 5월 17일 손님으로 위장한 남성 경찰관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가 적발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관은 A씨 및 종업원과 '몰래 대화한 녹음'과 '단속 사실을 알린 뒤 촬영한 업소 내부의 피임 용품' 등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는데, 재판에서는 이같은 증거들이 '증거능력'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증거능력은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되기 위해 필요한 법률상의 자격을 말하는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1심은 A씨의 유죄를 인정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경찰이) 진술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몰래 녹음했고 영장 없이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증거 수집 절차를 어겼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대화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진 점, 대화 내용이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녹음이 영장 없이 이뤄졌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현행범 등 관련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현재 그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타당한 방법으로 범행 현장에서 현행범인 등 관련자들과 수사기관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는 몰래 녹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진 촬영에 대해서도 "경찰관이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현장인 성매매업소를 수색해 체포 원인이 되는 성매매 알선 혐의사실과 관련해 촬영을 한 것으로, 형사소송법에 의해 예외적으로 영장에 의하지 않은 강제처분을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