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검찰이 가수 김호중씨를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기소한 가운데 혐의 중 '음주운전'은 빠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가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고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미뤄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이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하고 김씨를 구속기소 하면서 사법방해죄 도입을 주장해 법조계에서 사법방해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로 김씨를 구속기소 했다. 당초 경찰이 검찰로 김씨를 송치할 때에는 '음주운전' 혐의도 포함돼 있었으나, 검찰은 김씨를 기소하면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매니저 장모씨에게 김씨 옷을 대신 입고 경찰을 찾아 자신이 운전을 했다며 허위 자수할 것을 종용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고 직후 곧바로 김씨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후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혈중알코올농도가 시간당 0.015%씩 감소하므로 이를 역추산해 사고 때 음주 상태를 추정하는 계산법)을 적용해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었다고 보고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역추산 계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호중이 운전 후 또 술을 마셔 운전 당시의 정확한 음주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고 봤다.
당장 경찰은 "이렇게 되면 앞으로 상당수의 음주운전자가 일단 도망한 뒤 술을 한번 더 마시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갈 것"이라며 "음주운전 예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씨와 김씨의 소속사 등이 의도적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방해한 행위를 두고 검찰은 사법방해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도입을 주장하는 사법방해죄에서의 사법방해 행위는 엄밀히 '수사방해'를 일컫는데, 현행법 중에는 검찰 수사나 공소유지를 방해하더라도 이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규정이 없다. 반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는 사법방해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검찰은 "김씨를 정점으로 한 이들의 조직적인 사법 방해로 인해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과 입법 공백이 확인된 대표적 사례"라며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의 허위 진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인 추가 음주 등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사법방해죄'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과 법무부는 이미 2002년과 2010년 두 차례 사법방해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안을 냈지만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수사과정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과 법무부에서는 사법방해죄 도입 불씨를 다시 당기고 있지만, 법조계는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지금도 사법방해 범주에 위증, 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범인은닉도피, 증거인멸, 증인은닉도피 등이 있지만 여기에 수사방해죄까지 더하자는 것이 검찰 측의 주장"이라며 "과거 검찰 등이 참고인 강제소환, 참고인 허위진술죄까지 끌어들여 입법하려 했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방해적 성격의 이같은 사법방해죄는 자칫 위험한 규정이 될 수 있어 매우 제한적·구체적으로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음주 운전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추가 음주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술에 취한 상태의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편 김씨는 지난달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진로를 변경하던 중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발생 3시간 쯤 뒤 김씨 매니저가 경찰을 찾아 자신이 운전했다고 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실제 운전자는 김씨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이후에도 음주운전 의혹을 부인하며 콘서트를 강행했고, 사고 열흘 만에야 음주운전을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