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민주당이 '법 왜곡죄' 신설 추진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은 직후여서 '이재명 방탄법'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국회가 입법으로 사법부를 압박 내지 통제하려 한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13일 법조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법 왜곡죄를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법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불리하게 만들면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피의자는 수사 결과나 재판에 불복해 검사나 판사를 고발할 수 있게 된다.
법 왜곡죄 신설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8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 차례 이뤄졌다. 당시 헌법에 따라 법관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데도 대법원이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일부 법관들이 이로 인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면서 '법관이나 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처리에 있어 법을 왜곡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든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진상이 밝혀지는 경우를 고려해 이 조항 공소시효 적용을 없애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흐지부지 되면서 폐기됐다.
이어 지난 2022년 민주당이 다시 법 왜곡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대표의 '대장동 특혜 의혹'이 나온 때다. 김남국·김용민·최기상 민주당 의원 등이 형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개정안은 △판·검사가 증거나 사실관계를 조작한 경우 △공소권을 현저히 남용한 경우 △적용돼야 할 법령을 적용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적용한 경우 등을 법 왜곡 행위로 규정했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법 왜곡죄는 독일의 형법을 참고했다.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할 때 당사자 일방이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관의 단순 실수나 오판으로는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고, 법관이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재판 당사자에게 유리·불리하게 판결했다는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일부 진보법학자들은 이전부터 법 왜곡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사법권 행사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다. 법의 존재만으로도 판검사들이 조심하게 되는 '예방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다른 전문가들은 이런 내용이 '과잉입법'이라는 우려와 입법부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는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위법한 수사나 판결이 있을 경우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도 법 왜곡죄를 만들겠다는 것은 입법부의 '사법부 길들이기'가 될 소지가 있다”며 “재판 결과가 당사자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판사에 대한 무의미한 고발만 난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 왜곡죄가 사법부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고, 실제 법 왜곡죄가 있는 독일에서도 이 법으로 처벌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입법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