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변의 로컨테이너] 거짓말 탐지기 활용법 "침착하고 자신 있으면 응할 만"

장승주 기자‧변호사 입력:2024-05-10 16:28 수정:2024-05-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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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고 [아주경제 자료사진]


#. 직장인 A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5년 전 일로 직장 동료 B씨한테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이다. A씨는 오래 전 일이라 전혀 기억이 없었다. B씨가 지목한 목격자들도 모두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중간조사 결과 경찰에선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내려 사건을 다시 경찰에 돌려보냈다. 담당 형사는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하자고 했다. A씨는 검사에 응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다. 검사에 응했다가 진실 반응이 나오면 다행이겠지만 거짓 반응이 나오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사례에서 A씨는 진실 반응을 기대해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응해야 할까.
 
거짓말 탐지기 검사(정식명칭 ‘심리생리검사’)는 피의자 등 사건관련자에 대해 피의사실 여부에 대해 질문한 다음 응답할 때 생리적 변화를 측정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기계에 의한 검사를 말한다.
 
대법원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2005도130)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①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②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③그 생리적 반응에 의해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직까지 위 요건들이 충족된 사건은 없다.
 
하지만 수사실무상 거짓말 탐지기 검사는 널리 활용되고 있다. 사례처럼 수사관도 누구 말이 맞는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 왕왕 있기 때문이다.
 
보통 피해자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수사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가 활용된다. 범죄 발생 후 상당 시간이 지난 뒤 고소가 들어오면 피해자에게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 수사관은 수사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사에 응해야 할까. 정해진 답은 없다.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본인의 실익을 고려해야 한다.
 
피의자로서는 조사 참여가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상 진실 반응이 나오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결백하더라도 낯선 상황에서의 긴장 때문에 검사 결과가 진실과 다를 수 있다.
 
피의자 입장에선 검사 자체가 불리한 상황이므로, 침착한 성격이 아니라면 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다만 피의자가 침착하고 감정의 기복이 적은 성향인데 증거를 바탕으로 무혐의를 확신하고 있다면 조사에 응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진실 반응이 나오면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사건을 빠르게 종결시킬 수 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고소가 된 사례의 경우 목격자들도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경찰과 검찰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침착한 성향도 아닌 A씨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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