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시장이 이제는 뭔가 뛰어들어서 해볼 수 있을만한 기반이 갖춰졌고 5년 내로는 법률 분야에서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그런 서비스들이 훨씬 많이 개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률, 특허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AI 번역 엔진을 제공하는 기업인 '베링랩' 공동대표 문성현 외국변호사는 7일 미래 리걸테크 시장의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베링랩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주요 7개 국어의 계약서번역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미국 'CES 2024'에 참여했다.
문 변호사는 처음에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소속 변호사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가 맡은 주요 업무는 번역이었다. 외주업체에 번역을 맡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외주업체가 법률 번역에 특화된 곳이 아니다보니 번역 결과물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그는 '내가 직접 법률 계약서번역 서비스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했다.
문 변호사는 "네이버, 파파고처럼 범용 번역기가 아니라 법률에 특화된 계약서번역을 개발하면 용어와 문체가 자연스럽게 적용 가능한 번역기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 시절 룸메이트와 뜻이 통해 같이 창업을 하게 됐다"며 "2020년 '베링랩' 법인을 설립하면서 개발자를 데려오고 계약서번역 감수를 할 변호사도 함께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링랩은 이후 다국어 법률 번역 엔진 '베링 AI'를 출시했다. 곧이어 AI 엔진이 초벌 번역 후 변호사가 검수해 완성도를 높인 '베링 AI 플러스'도 지난해 선보였다. 문 변호사는 "베링 AI플러스는 파파고 등 범용 AI보다 법률, 특허 등 전문적인 분야에 있어서는 훨씬 월등한 계약서번역 성능을 보이고 있어 유료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AI 초벌 후 전문가가 좀 더 퀄리티 높은 번역을 검수하고 있어 로펌 뿐만 아니라 기업 컴플라이언스팀이나 법무팀, 특허팀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6대 대형 로펌은 물론이고 외교부 같은 정부 부처도 사용 중이다. 계약서, 증언 및 서류를 포함한 모든 법률 문서 번역을 지원하며 번역한 단어 수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투명한 가격 정책을 채택했다.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써, 데이터는 항상 암호화되며 모든 텍스트와 파일은 번역 후 즉시 삭제된다는 게 베링랩의 설명이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기존 번역 서비스보다 법률·특허 분야에 특화된 성능을 보이는 베링 AI의 장점을 인정받아 베링랩은 지난 1월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미국 'CES 2024'에 참여했다. 문 변호사는 "계약서번역은 다른 리걸테크 서비스보다 해외에 진출하기 용이한 점이 있어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며 "CES에 참여한 경험은 해외 진출에 더 주력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CES 참여를 통해) 해외는 법률 번역이 진출하기에 훨씬 더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을 느꼈다. 국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올해는 본격적으로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한·중·일부터 인도네시아까지 번역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며 "AI 플러스도 관련 기술을 좀 더 개발해 훨씬 더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국내 리걸테크 시장이 각광 받으면서 송무, 자문 등 전통적인 변호사 업무에서 벗어나 리걸테크 기업 창업을 통해 '대표'로서의 길을 걷는 사례가 많아졌다. 문 변호사는 리걸테크 창업을 고려하는 후배들에게 "요즘 리걸테크 분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변호사와 사업가로서의 업무는 매우 다르다"며 "시장을 깊게 들여다보고 충분한 고민을 거친 뒤, 정말 매력적인 아이템이 준비됐을 때 창업을 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문 변호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베링랩의 AI 서비스가 법률·특허 분야에서는 가장 성능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퀄리티를 향상시키고, 변호사·특허 전문가 등 전문인력 네트워크도 더욱 키울 생각"이라며 "최소한 이 분야에서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 있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