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미약품그룹 ‘모녀(母女)’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가족 다툼이 벌어진 한미그룹에서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그룹 전략기획실장(사장) 측이 송 회장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 사장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본게임’을 펼치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모친인 송 회장 등이 추진한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며 임종윤·종훈 형제가 신청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6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통합 결정과 관련해 현 경영진을 이끄는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 측의 경영권·지배권 강화 목적 등이 의심되기는 한다면서도 "경영권 방어의 부수적 목적이 있더라도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2년에 이르는 기간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했고, 내용과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다툼은 지난달 12일 송 회장과 임 실장이 태양광 그룹 OCI와 지분 교환 및 그룹 통합을 전격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양측 계약에 따르면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7703억원에 인수하고, 임 실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 취득하게 된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한미 장녀인 임 실장이 엄마(송영숙 회장)의 도움을 받아 OCI홀딩스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를 지배하는 구조가 돼 임 실장이 한미약품 등 그룹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임 사장 형제는 선친이자 선대회장인 임성기 전 한미그룹 회장의 사망으로 지주회사 지분을 한 주도 못 받고 그룹에서 쫓겨날 판이다.
이 때문에 임종윤·종훈 형제는 "통합 결정이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통합에 반대하며 신주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임 사장 형제는 "항고하는 한편, 본안 소송을 통해 재판부의 정확한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본격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주총에 올라온 안건 중 임 사장 형제를 포함, 이들과 가까운 이사 5명을 선임하느냐를 두고 지분 충돌이 불가피하다. 송 회장 모녀가 주도하는 한미사이언스 사측이 내세운 5명이 아닌, 임 사장 형제가 내세운 이들이 이사가 되면 그룹 간 통합 계획이 원점 재검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합계는 20.47%(임종윤·임종훈 각 9.91%· 10.56%)여서 송 회장 모녀의 21.86%(송영숙·임주현 각 11.66%·10.20%)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선대 회장의 고교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회장(11.52%)이 최근 임 사장 형제 지지를 선언해, 양측에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재단 등의 지분을 합하면 모녀 우호 지분은 약35%, 형제를 돕는 지분은 40% 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7.66%) 등 다른 주주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지분 대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조언하는 5곳의 자문사 의견 등을 종합해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