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의 주요 후보들이 ‘법조 3륜’으로 불리는 판사·검사·변호사 출신이어서 눈길을 끈다.
판사 출신이자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68·연수원13기)은 국민의힘 후보로 일찌감치 단수 공천돼 출사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53·33기)를 내세웠다.
여기에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57·24기, 개혁신당)도 종로에 가세하면서, 주요 후보들이 법률가 직역 3곳을 대표해 ‘대리전’을 펼치는 듯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최재형·곽상언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거나 곽 후보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닌 금태섭 후보는 지지율 면에서 다소 고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의왕과천 지역에서는 검사 출신인 최기식 국민의힘 후보(55·연수원27기)와 김앤장 변호사 출신 이소영 의원(39·41기)이 검·변 대결을 펼친다.
알고 보면, 거물들이 출동해 '명룡대전'으로 불리는 인천 계양을 대진도 검사 출신인 원희룡 전 장관(60·24기)과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60·18기)의 검·변 대결이다.
언론 집계로는 이번 총선에 정당 공천으로 나서는 법조인은 총 102명(지역구 92명, 비례대표 1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17% 가량이다. 경력을 변호사로 시작한 이가 5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출신 28명, 판사 출신 15명 등으로 파악됐다. 정당 별로는 국민의힘 44명, 더불어민주당 43명 등이다. 후보 등록이 끝나면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이들이 법률 전문가란 점에서 입법부(국회)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에서는 300인의 국회의원 중에서 46인(15.3%)이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률가 출신이다. 이전 제20대 국회의 경우 49인(16.3%)이 법조계 출신이었다.
단일 전문직군 중에서는 가장 높은 비율로, 관계(공무원) 출신 의원 14.3%보다도 많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기대에 비해 실제 활약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와 22대 국회도 지켜봐야 한다. 입법조사처는 “법률 전문가여서 국회의 입법 전문성과 직결된다고 평가하는 정당과 유권자들의 기대가 있다”면서도 “법안발의나 가결율 등 전반적인 입법활동의 성과 측면에서는 (비 법률가 의원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 집단의 이해관계와 상반되는 내용의 법안(변리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과의 이해갈등 법안)은 법조인 출신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면서 “법사위가 국민의 이익이 아닌 변호사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