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와 뒷 차량 운전자를 검찰이 기소했는데, 법원은 과연 어떤 판단을 했을까?
경상북도 포항에서 20대 여대생이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렸다가 뒤따라오던 SUV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 법원이 택시기사와 SUV 운전자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9일 법조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송병훈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와 SUV 운전자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대 여대생 C씨는 지난해 3월 4일 택시를 타고 자신이 다니는 대학 기숙사로 가달라고 했으나 기사 A씨가 다른 방향으로 난폭하게 달리자 불안감을 느꼈고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택시 기사는 차를 멈추지 않았고, C씨는 문을 열고 택시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이후 뒤따르던 SUV에 치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C씨의 목적지 확인 및 하차 요청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검찰은 또 청력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저하돼 있음에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C씨가 납치 등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판단하게끔 한 혐의도 적용했다.
아울러 SUV 차량 운전자 B씨는 제한속도 80㎞인 도로에서 평균 시속 약 103.7㎞로 과속해 달리다가 사고를 냈다.
검찰은 B씨 역시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충분히 감속하지 않아 택시에서 뛰어내린 C씨를 친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C씨는 A씨가 자신의 목적지로 가는 도로가 아닌 도로로 과속 운전했고 자기 말을 무시해 해를 끼치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는 목적지를 다른 대학 기숙사로 인식해 해당 학교로 가는 통상의 도로로 운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택시기사 A씨는 사망한 C씨가 겁을 먹고 고속으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것을 예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본다“며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B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제한속도 시속 80㎞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앞선 차량에서 사람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기 어렵고 ▲사고가 가로등 없는 야간에 발생해 피해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제한속도를 지켜 주행하더라도 회피 가능 여부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심에서 다툴 여지가 많아 보인다“며 "여성이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정도의 공포심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택시 기사의 청력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