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폭' 예비 검사 좌절시킨 법

이승재 아주로앤피 편집위원 입력 : 2023-04-13 14:49 수정 : 2023-04-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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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 난동, 30대 여성 검사 임용 예정자 임용 취소
신규 검사 임용은 검찰인사위가 1차 심의
"검찰-경찰, 상호존중…협력"

[사진= 법무부 과천청사]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술에 취해 이렇게 소리치며 경찰관을 때린 ‘예비 검사’가 검사 취업에 실패했다.
 
검사 시험에 합격해 임용을 앞두고 있던 이 30대 여성은 어떤 법 규정에 따라 자주색이 선명한 검사 가운을 입지 못하게 됐을까.
 
◆검사 시험 합격자의 주취폭력

지난해 검사 선발 전형에 최종 합격한 A(31)씨는 올해 1월 30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난동을 부렸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머리를 두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11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인정,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선고 유예(죄가 가벼운 범죄인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동안 미루는 것)를 판시했다.
 
A씨는 사건 당시 ‘모르는 여자가 우리를 때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왜 저쪽 편만 드냐”며 항의하며 경찰관 머리를 때렸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경찰관에게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등 폭언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픽사베이]

◆검찰 인사위 “A씨 검사 임용 안 돼”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매년 로스쿨 졸업(예정)자 중 성적 등을 보고 1차 합격자를 발표한다. 그 뒤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가 공식 결정되는 4월 최종 임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1차 합격자 중 변호사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A씨 역시 지난해 신규 검사 선발 전형에 최종 합격해 이달 말 변호사시험 합격 통보만 받으면 검사로 임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사건 직후 A씨를 법무연수원의 임용예정자 사전교육에서 뺐다.
 
법무부는 이어 법원 판결 직후인 12일에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그의 임용 불가를 결정했다.
 
◆검사 임용은 검찰인사위→법무장관→대통령

검찰청법 아래 검사인사규정이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검사를 새로 임명할 때는 검찰인사위원회 심의 이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하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수순이다.
 
제2장 임용
제1절 신규임용
제5조(검사의 임명 절차) 법무부 장관은 법 제34조 제1항 본문에 따라 대통령에게 검사의 임명을 제청하려면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에 A씨가 탈락한 이유와 과정의 근거가 아래 조항에 나온다.
 
제6조(신규임용 기준) 검사 신규임용 대상자에 대해서는 법률지식 및 법적 사고능력, 공정성, 청렴성, 전문성, 의사소통능력, 균형 있는 사고능력 등과 함께 검사 정원·현원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규임용 여부를 결정한다.
 
제7조(신규임용심사) ① 법무부 장관은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시험 및 그 밖의 적절한 방법으로 검사로 임용하려는 사람의 검사적격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검사와 경찰은 상호 존중해야”

한편 검찰과 경찰이 상하관계가 아닌 ‘협력 동반자’라고 적시한 법 규정도 있다. ‘예비 검사’가 경찰관에게 폭언, 폭행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건 물론이고 수사를 할 때 상호 존중·협력하라는 조항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2020년 10월 제정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 그것이다.
 
제2장 협력
제6조(상호협력의 원칙) ①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상호 존중해야 하며,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와 관련하여 협력해야 한다.

 ②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와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수사·기소·재판 관련 자료를 서로 요청할 수 있다.

 ③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협의는 신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협의의 지연 등으로 수사 또는 관련 절차가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번 ‘주폭’ 예비 검사 사건에서 보듯, 검사는 여전히 '선'을 넘어 경찰을 자신의 부하, 아랫것으로 여기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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