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구매대행 사업자가 전자상거래법 등 관련 법규를 인식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2일 한국소비자원은 해외 구매대행 업체 155곳을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법규 인지도 조사를 한 결과를 밝혔다. 결과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법 세부내용을 잘 알거나 조금 알고 있다’고 답한 업체는 98곳(63%)에 그쳤다. 나머지 57곳은 법규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자상거래법 조항 중에도 인지도 차이가 컸다.
‘재화의 공급 방법 및 시기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는 95%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거래 약관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알고 있는 업체는 66%로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청약 철회가 제한되는 사유’에 대해서도 77%가 알고 있었지만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할 경우 기간 내 대금 환급 의무’에 대해서는 58%만 인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상품 중 16%에는 ‘배송 이후 취소가 불가하다’고 명시해 소비자의 청약 철회 권리를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품비용을 표시한 제품 중에서도 13%는 ‘상품 배송 시작 이후에는 반품이 불가하다’고 표시해 소비자 권리를 제한했다.
최근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 구매대행 관련 상담은 2만 5416건에 달했다. 해외 온라인 직접거래나 물품 배송대행, 현지 직접거래 등 다른 국제거래에 비해 많은 불만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17조(청약철회등) 제1항 통신판매업자와 재화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다음 각 호의 기간(거래당사자가 다음 각 호의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약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말한다) 이내에 해당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
▲제13조제2항에 따른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등을 공급받거나 재화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제13조제2항에 따른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지 아니한 경우, 통신판매업자의 주소 등이 적혀 있지 아니한 서면을 받은 경우 또는 통신판매업자의 주소 변경 등의 사유로 제1호의 기간에 청약철회등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의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7일
▲제21조제1항제1호 또는 제2호의 청약철회등에 대한 방해 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방해 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7일
지난 9월 오픈마켓을 통한 해외 구매대행 상품의 반품비가 상품 원가보다 비싸거나 고지한 것과 다른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대표 6개 오픈마켓에 입점한 구매대행 상품 240개 가운데 상품 가격과 반품 비용이 정확히 확인되는 219개를 조사한 결과 5개 중 1개꼴로 반품비가 10만원이 넘었다.
평균 반품비는 6만 1381원이었는데 반품 비용이 상품가격보다 비싼 경우도 33.3%에 달했다.특히 2만5600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 반품 비용이 30만원으로 책정된 사례도 있었다.
반품 관련 정보 제공도 미흡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반품비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표시해야 하지만 8.8%는 상세 페이지에 비용을 표시하지 않거나 하나의 상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비용을 표시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이 반품 프로세스 파악을 위해 직접 구매해 반품해본 결과 실제 반품정보와 고지된 정보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반품 주소가 고지된 15개 상품 중 10개는 안내된 주소와 실제 반품 주소가 달랐고 반품 비용을 지불한 17개 상품 중 12개는 판매자가 청구한 실제 비용이 고지 금액과 달랐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반품 신청이 불가했던 G마켓은 온라인 반품 신청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임을 소비자원 측에 전달했다.
◆제품 못 받아도 환불 불가
해외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구매한 한 소비자가 4개월 째 상품을 받지 못해 주문 취소 및 환불 요청을 했으나 이를 거절한 일이 발생했다.
2017년 11월 A씨는 한 해외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인덕션을 현금으로 구입했다. 구입 당시에는 배송까지 보통 3주가 소요되며 경우에 따라 4주에서 6주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명시돼있었다.
그러나 해당 상품은 다음해 2018년 2월까지도 배송이 지연됐다. 이에 A씨는 주문 취소와 한급을 요청했지만 구매대행업체 측은 구입처인 독일 현지에서 취소해 주어야 한다면서 처리를 지연시켰다.
구매대행 뿐 아니라 배송대행업체 관련해서도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다.
2017년 11월 B씨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면도기를 주문한 후 미국에 있는 배송 대행지로 보냈다. 이후 물건이 오지 않아 배송 내역을 확인하자 11월 30일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B씨는 물건을 배송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2018년 2월 배송대행업체 측에 이의를 제기하자 배송대행업체는 물건을 찾아보고 있다고만 답할 뿐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