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아동학대범죄 무죄 사건

남광진 변호사 입력:2022-07-22 09:00 수정:2022-07-2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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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21고정109

[남광진 변호사]

1. 들어가며
 
타인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등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 폭행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같은 행동을 보육교사가 유치원생에게 한 경우 폭행죄나 상해죄를 넘어서 아동학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2. 사실 관계
 
가. 피고인은 000에 있는 000어린이집에서 대체 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위 어린이집 000반의 원생인 피해아동 000(만4세) 등의 보육을 담당하였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다.
 
나. 피고인이 피해아동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위 유치원 원장은 관할관청에 피고인을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였다.
 
(1) 피해아동의 양치질을 시키기 위해 손으로 피해아동의 팔을 잡았으나 피해아동이 이를 거부하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자, 재차 손으로 피해아동의 손을 강하게 잡은 후 세면대 앞으로 피해아동을 끌고 갔고, 피해아동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로 피해아동의 목을 감싼 다음 손으로 피해아동의 양치를 강하게 시켜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울게 하였고,
 
(2) 피해아동에게 다가간 후 손으로 피해아동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면서 이를 거부하는 피해아동을 출입문 쪽으로 끌고 갔고, 계속하여 양손으로 피해아동을 잡아든 채 복도로 이동하였다.
 
다. 관청에서는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CCTV 열람 후 아동학대 의심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였다.
 
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아동이 눈물을 흘리는 등 고통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도 대체교사가 계속하여 강제적인 유형력을 가하는 행동은 정당한 보육 내지 훈육 행위로서의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신체적 학대로 판단하여 관할 경찰서에 수사 의뢰하였다.
 
마. 사건을 이송받은 관할 경찰청은 수사를 거쳐 아동학대범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고, 검찰 역시 범죄혐의 인정하여 아동학대범죄로 기소를 하였다.
 
바. 필자는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변론을 하게 되었는데,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나, 피고인의 이 사건 각 행위는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에게는 아동학대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무죄 주장을 하였다.
 
(필자는 아동학대범죄를 인정하고 선고유예의 선처를 받는 쪽으로 변론 방향을 제시하였지만, 피고인은 “아동들을 양치 시키고 반으로 이동시켜 낮잠을 재우는 지도를 하던 중, 말을 듣지 않는 피해아동을 적극적으로 훈육, 지도하는 과정에 벌어진 것으로써 아동학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였고, 피고인의 의견에 따라 무죄 주장을 하게 된 것이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3. 판결 요지
 
가. 관련 법리(아래 4항에서 설시함)에 비추어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각 행위가 신체적 학대행위 내지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신체적‧정서적 학대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CCTV 영상에 따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자체는 피고인의 위 변소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인이 당시 피해아동에 대한 적대적 감정에서 이 사건 각 행위를 하였다거나 평소에도 피해아동이나 다른 아동들에게 이 사건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였다고 볼 만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2) 제1항 공소사실 기재 행위의 경우, 피고인이 피해아동의 오른손을 잡아당겨 세면대 앞으로 데리고 간 시간이 약 2초, 피해아동을 잡고 양치를 시킨 시간이 약 10초 정도(피고인이 피해아동의 입에 칫솔을 넣어 양치질을 한 시간은 그중 약 2초 정도이다)로 행위시간이 비교적 길다고 보기 어렵고 그 횟수 또한 일회성에 그쳤으며, 제2항 공소사실 기재 행위의 경우에도 피해아동을 교실 밖으로 데려가려다 이를 거부하자 양손으로 안고 교실을 나간 행위 자체가 특별히 피해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줄 만한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피해아동의 모 000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해아동이 이 사건 각 행위로 인하여 특별히 신체부위에 진료를 받은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해아동의 신체에 부정적인 변화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었다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한편 제1항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피고인이 피해아동의 의사에 반하여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피해아동의 이를 닦은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훈육 및 지도 방법으로서 부적절해 보이기는 하나, 양치라는 행위 자체가 피해아동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아동의 입에 칫솔을 넣어 양치질을 한 시간 자체는 약 2초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점, 제2항 공소사실 기재 행위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는 특별히 피해아동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보이지 않는 점,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양치를 하게 한후 낮잠을 재우기 위하여 피해아동을 다른 교실로 이동시키고자 하는 피고인의 동기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당시 피해아동이 양치를 할 수 없는 건강상태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바, 피해아동이 이 사건 각 행위로 인하여 울음을 터뜨렸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해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하여 현저한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점, 피해아동이 이 사건 각 행위로 인하여 양치나 그 밖의 생활 등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변화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행위가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5호, 제17조 제5호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4. 판결의 의의
 
가. 구 아동복지법(2014. 1. 28. 법률 제12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조 제3호는 처벌대상인 신체적 학대행위를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학대행위’라고 규정하였다. 구 아동복지법하에서 판례는, ‘신체에 손상을 주는 학대행위’는 아동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상해’의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정도로 신체에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개정 아동복지법(2014. 1. 28. 법률 제12361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17조 제3호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라고 규정함으로써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가 구성요건에 추가되었다.
 
개정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나도록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아동복지법의 목적(제1조)에 비추어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행위에 이른 동기와 경위, 행위의 정도와 태양, 아동의 반응 등 구체적인 행위 전후의 사정과 더불어 아동의 연령 및 건강 상태, 행위자의 평소 성향이나 유사 행위의 반복성 여부 및 기간까지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7도12742 판결).
 
나. 아동복지법의 입법 목적(제1조), 기본이념(제2조 제3항) 및 같은 법 제3조 제7호, 제17조 제5호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행위 당시 행위자가 피해아동에게 보인 태도, 피해아동의 연령, 성별, 성향, 정신적 발달상태 및 건강상태, 행위에 대한 피해아동의 반응 및 행위를 전후로 한 피해아동의 상태 변화,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행위의 정도와 태양,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행위가 피해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7도5769 판결).
 
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5. 10. 21. 선고한 2014헌바266 결정 등에서,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면서 아동복지법의 입법목적과 기본이념, 장기간 지속될 경우 아동의 인격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서적 학대행위의 특수성, 학대의 유형을 구별하되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와 유기 및 방임행위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아동복지법의 입법체계, 관련 판례 및 학계의 논의 등을 종합할 때, 정서적 학대 조항이 규정하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하여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상 위 3개 판례는 본 사건을 판결한 재판장님이 직접 판결문에 설시한 것이다.)
 
라. 결국 이 사건 재판부는 ‘신체적 학대행위’ 및 ‘정서적 학대행위’와 관련한 최근의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해당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는 신체적 학대행위에도 해당하지 않고, 정서적 학대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 실무 및 교육 현실적으로 아동학대의 범위가 다소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는데, 이 판결은 아동학대의 범위를 명확히 제시해준 판결로 의미가 커 보인다.
 
5. 나가며
 
결국 판례에 따를 때 학대행위는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 신체적 학대행위 ; 피해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었다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행위
 
- 정서적 학대행위 : 1)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하여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 또는 2)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행위
 
필자는 본건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이러한 일회적이고 경미한 사안에까지 아동학대죄를 적용한다면 통제가 안 되는 유아를 적절히 훈육할 현실적 방법이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동학대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면, 아동학대죄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시 유아 교사로서의 인격이 무너지고 사기가 저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자비한 아동학대범에 대하여는 선처 없이 엄벌에 처하여야 마땅하지만, 적극적인 훈육과정에서 발생된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까지 아동학대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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