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었더니 업자들이 장부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겁니다. 막대한 이익이 났는데, 이익이 별로 안났다거나 적자가 난 것처럼 꾸미는 겁니다. 작정하고 숫자를 짜맞추면 왠만해선 못찾습니다. 실제로 위례지구에서는 막대한 이익이 났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거의 환수를 못했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았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렇게 해명했다. 아니, 국정감사 기간 내내 반복해 설명했다. 정확히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등 두 차례로 나눠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는 입이 닳도록 반복해 설명하고 또 설명했던 것 같다.
'초과이익 환수조항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계약조건에 포함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 건설업자들이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적자를 만드는 바람에 결국 성남시 몫이 크게 줄었다.'
'건설업자들의 행태를 알고 있었는데 어디에서 숫자장난을 쳤는지 인력을 투입해서 찾으려 해도 도무지 찾아낼 수가 없더라. '
'결국 이익을 우선 환수하고, 나머지 부분에서 이익을 보든지 손해를 보든지 알아서 하라는 방식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야당 국회의원들의 질문은 마치 고장 난 전축 같다고나 할까? 분명 질문하는 사람은 바뀌었는데 질문내용은 똑같았다. 앞서 같은 질문에 대해 이미 답변을 했는데도 마치 처음인양 물어댔다. '앞서 같은 질문에 답했다'고 하면 오히려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다'는 호통이 되돌아 오기 일쑤 였다.
진보정당의 아이콘이자 대통령 후보라는 심상정 의원도 차이는 없었다. (그래서 '진보꼰대'라는 말이 생겼단 말인가?)
"단군이래 최대의 이익을 민간업자들이 빨아 먹었는데, 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뺐습니까? 그거 배임 아닙니까?"
"초과이익 환수조항만 있었어도 화천대유는 없었을 겁니다."
"오천만원으로 수천억원의 이익을 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국민들은 그게 분통이 터지는 겁니다"
'단군이래 최대 이익'이니 '오천만원으로 수천억원의 이익을 봤다'는 둥 이미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확인된 '억지 광고카피' 같은 정치선동문구도 여지없이 반복됐다. '구태정치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온 국민들의 눈 앞에서 하이퍼 리얼리티하게 보여줬다고나 할까?
그건 아니라고 몇번이고 입증하고 설명하고 확인해 줬는데도 무당이 주문 외우듯 그저 반복에 또 반복하는 꼴이라니... 말 그대로 '고구마 백개는 그냥 먹은 갑갑함'을 느꼈던 것 같다.
사실 기자들이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었다. 초임기자는 물론 중견기자들, 심지어 논설위원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고참기자들까지 한치의 차이도 없었다. 도대체 국정감사 중계방송을 보기나 하고 글을 쓴 것인지 어떻게 "초과이익 환수는 왜 안했냐"라는 질문을 그렇게 똑같이 해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코묻은 돈으로 만들어 굴러간다는 한겨레신문이나 나름 독립언론 운운하는 경향신문까지, 이건 단체로 무슨 중병에라도 걸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니면, 해명이야 하든 말든 '배임'이라고 낙인 찍을 준비를 끝내 놓았으니 언제든 찍어 누르고 말겠다는 기득권 카르텔의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해야 할까?
언제부터인가 민중들은 정치인을 '허가 낸 사기꾼'이라 부르고 있다. 또 언제부터인가 대중들은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부르게 됐다.
다들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아니한가? 아, 이 답답한 화상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