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5 총선 직전, '윤석열 검찰'이 범여권 인사와 특정 언론에 대한 고발장을 직접 만들어 이를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에 넘긴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유시민 이사장 등 여권인사와 뉴스타파 기자 등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사실일 경우, 윤석열 총장 시절의 검찰이 여권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기 위해 야권을 이용하려한 것이자,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했으며 해석여하에 따라서는 여권 인사에 대한 보복을 위해 검찰권을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향후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미통당이 빈칸만 채워 넣으면, 범여권 및 언론 고발 가능하도록 사주
2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Newverse)'는 '지난해 4월 3일, 당시 김웅 미통당 국회의원 후보(現 국민의힘 의원)가 미래통합당에 여권 인사 및 언론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고발장의 고발인란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었지만, 피고발인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및 최강욱,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MBC 및 뉴스타파 기자 등으로 특정돼 있었다. 피고발인의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이었다.
공란으로 남겨진 고발인 항목만 미통당 측이 채워 넣으면, 정식적인 고발장이 되며, 그대로 접수만 하면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완벽한 상태였다.
고발장에 적시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해 강요미수죄를 저질렀다'는 MBC의 보도가 4.15 총선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제작돼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은 뉴스타파가 지난해 2월 보도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보도와 MBC의 '검언유착' 보도에 관한 것으로, 명예훼손 피해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으로 돼 있었다.
이후 4월 8일에도 대검은 김웅 의원을 통해 미통당에 고발장을 접수(전달)했다. 고발장 내용은 최강욱 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인란은 마찬가지로 빈칸이었다. 또한 검찰은 미통당에 고발장 이외에도 '실명 판결문' 등의 증거자료를 함께 넘기는 등 적극적으로 야권의 실행착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고발장에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이 추가된 까닭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 영역이 '6대 범죄'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6대 범죄 중 하나인 선거범죄에 속한다.
고발장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은 '尹 전 총장'
고발장을 작성한 주체가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점에서, '고발장 사주'의 최종 책임자는 윤 전 총장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에 따르면 수사정보정책관은 대검 차장을 보좌하는 역할이지만, 실제로는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서 세간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총장에게 직보하는 역할을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은 총장의 '오른팔'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손 정책관은 윤 전 총장 징계 원인 중 하나였던 사법부 사찰 문건을 취합, 보고한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런 의혹에 대해 김웅 의원은 "당시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 제보받은 자료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제보를 받아 전달을 했을 뿐 고발을 유도하거나 사주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보인다.
한편 열린민주당은 국회 논평을 통해 "윤석열 후보는 검찰 시절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라고 일갈한 바 있는데 검찰개혁에 앞장선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황희석 후보에 대한 고발 사주, 권력 감시에 앞장선 기자에 대한 고발 사주로 본인이 깡패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됐다"며 "아니라면 적극적인 해명을 기대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김웅 후보로부터 검찰이 작성한 고발장을 건네받은 사람은 누구인지, 선대위에 보고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검찰과 야당이 정치공작을 펼쳤다는 경악할 범죄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