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거두절미]'왕(?)이 될 상'이라는데, 윤석열 후보님. 三災풀이 하셔야죠?

장용진 아주로앤피 편집국장 입력 : 2021-08-30 11:02 수정 : 2021-08-3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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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 캡쳐]


옛날 어느 절집에 신심이 가득한 老보살님이 계셨다. 산 아랫마을에 사시면서 정성으로 기도를 올렸고 사시사철 스님들을 공양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절집에 사는 그 누구도 老보살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 老보살님이 그렇게 절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절에 계신 큰스님 때문이기도 했다. 17살에 발심출가 해 서른살 무렵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첫 깨침을 얻었고 그 뒤에도 수행에 용맹정진해 매년 그 깊이가 심오해지고 넓어져서 우주의 이치를 꿰뚫고 계시다는 분이다.

그 절집에 드나드는 사람치고 큰스님께 공양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만 노보살님은 단연 으뜸이었다. 그러다 보니 老보살님 부탁이라면 큰스님도 마다하지 못했다.

어느 해 정월, 설날이 지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老보살님이 절집을 찾아와, 큰스님께 뵙기를 청했다. 스님은 따뜻한 차 한잔을 권하며 보살님과 마주 앉았는데, 老보살님께선 옷섶에서 돈꾸러미와 함께 사주가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놓았다.

“삼대독자 손주가 올해 삼재랍니더. 스님 삼재풀이 좀 해주시소”
큰스님은 아무런 답이 없이 차 한잔을 더 따랐다. 애가 닳은 老보살님은 큰스님을 다시 한번 졸랐지만 큰 스님은 빙긋이 웃으며 차를 권하기만 했다.

“삼재풀이 쯤이야 뭐 어렵겠습니까? 그런데, 삼재는 가져 오셨나요?”
삼재를 가져왔느냐고? 이 스님이 날 놀리나? 老보살님은 순간 화가 났다. 하기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지 삼재를 가져왔느냐니...

“아니, 스님 삼재를 우찌 갖꼬 옵니꺼? 삼재가 뭔지 모릅니꺼?”
老보살님은 역정을 냈다. 내가 지금까지 절집에 바친 정성이 얼만데 이런 식으로 대하나 싶어 더 서운했다. 차라리 다른 스님께 부탁하라고 했으면 이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했다.

[사진=인터넷 캡쳐]


너무 서운해 막 눈물까지 날려고 하는 찰라, 스님이 입을 열었다.
“보살님 삼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보살님 마음에 있는 작은 걱정거리 일 뿐이죠. 보살님이 마음 속에서 내보내면 사라질 겁니다. 그게 제 삼재풀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주자들의 사주 관상풀이가 세간을 떠돌고 있다. 우스운 것은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까지 지면을 할애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는 거다. 무슨 상이 어떻네, 무슨 기운이 어떻네, 호랑이가 어떻고...

몇 달 전에는 민영통신사인 뉴스1이 어느 파계환속승의 블로그를 인용해 윤석열 후보의 사주풀이 내보냈고, 그 전에는 중앙일보 사주가 역술인을 대동하고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의 윤 후보자를 만났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어느 대선 예비후보의 부인이 무속과 역술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을 찾아 다닌다니, 과거 만났던 사람의 모친이 그쪽 사람이니 하는 소문도 모자라 ‘1등’을 자처하는 언론사들까지 이꼴이니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고 해도 기레기들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는 온갖 내용의 사주풀이가 떠돌고 유튜브에는 무속인과 역술인의 예언이 넘쳐나고 있다. 이쯤되면 광화문 한쪽에 솟대라도 세우고 소도를 지어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몽골초원에서 ‘탱그리’라도 초빙해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 놓아라’ 합창이라도 해야되는 건지 고심이 될 지경이다. 21세기 공화국의 시민이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초원의 유목민이 '칸'을 옹립하는 듯하다.

그런데 말이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 흘러넘치는 예언가와 무속인, 점술가, 역술인들이 한결같이 숨기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역술이라고는 할머니 따라다니며 주워들은 게 전부인 나도 아는 것이니 점을 좀 보는 사람이면 모를 리가 없는데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는 게 사실 놀랍다.

오늘 글을 뜬금없이 ‘三災’로 시작한 것도 다 이 말을 하기 위한 밑밥이었다.

내년은 임인년(任寅年)으로 호랑이해다. 쥐띠, 용띠, 원숭이띠가 삼재다. 60년생인 윤석열 후보는 쥐띠, 64년생인 이재명 후보는 원숭이띠다. 삼재인 거다. 삼재는 인생의 겨울이라고 하는데 특히 들삼재가 안좋다고 한다.

윤 후보의 사주 관상을 보았다는 역술인들이 앞서 소개한 이야기 속 큰스님처럼 삼재를 별 것 이니라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사주를 본다는 사람들이 아무도 삼재 이야기를 안하니 좀 이상하다. 보통사람들이 찾아가면 절대 빠지지 않고 짚어주는 것이 바로 삼재인데 말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지자들 듣기 좋으라고 안좋은 것은 빼고 듣기 좋은 것만 편집해 넣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원래 역술이란 사서오경 중 하나인 역경(주역)을 말하는 것인데, 주역에 그러라고 쓰여 있진 않을텐데 말이다. 여하튼 삼재와 상관없이 각 후보들 모두 건승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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