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백운규 측 "101쪽 檢 공소장, 쓸만한 내용 3쪽 뿐"

송다영 기자 입력:2021-08-24 18:06 수정:2021-08-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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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혐의 백운규 외 3인 첫 공판준비기일, 대전지법서 시작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모두 101쪽에 달하는 검찰 공소장 가운데 쓸만한 내용은 3쪽 뿐입니다"

24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 재판에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 피고인 측의 변호인들은 검찰의 '마구잡이식 공소장'에 대해 포문 열었다.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24일 이 사건 첫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이어서 백 전 장관 등 3명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변호인들이 밝힌 입장만으로도 앞으로 치열한 공방이 충분히 예고한 것으로 보기 충분했다. 

변호인들의 반발로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자세히 공개하지는 못했지만 "청와대·산업부·한수원 고위 관계자의 조직적 범죄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시와 보고 등이 모두 보고서 등으로 이뤄져 있으나,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날을 세우는 것까지 주저하지는 않았다.

사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에 "아직까지 변호인들이 공소장을 열람등사 하지 못해 공소사실 의견을 밝히는 것은 다음 기일이 어떻겠냐" 물었고, 이에 검찰은 신속한 진행을 위해 공소사실 요지와 기소 취지를 이날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는 것에 일제히 반대했다. 검찰이 피의사실 특정과 무관함에도 공소장에 마구 기재한 사항이 많으며 이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어겼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은 일체 첨부·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법원이 공정한 판결을 하기 위해 예단, 선입견 등은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 측 변호인은 "공소장을 보면 저희 측에서 동의나 부동의 의견을 밝히지도 않은 (참고인) 진술이 총망라 돼 있다"며 "이는 증거로 결정되지도 않은 진술이다. (공소장을 보면) 맨 마지막 3페이지 정도만 적합한 공소장의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사건 등에서도 해당 변호인 측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이 있었다"며 "그러나 법원에서는 공소장 내용이 모두 일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고, 이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범죄사실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최소한의 사실관계만을 추리고 추려내 101쪽 분량의 공소장을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또 백 전 장관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해 기소 강행 의지도 드러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면 배임 교사 혐의도 인정된다는 입장"이라며 "기본적으로 검찰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를 존중하나, 수사팀은 (검찰수사심의위) 결정 전이나 후에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장 변경 여부는 검찰 내부에서 상의해서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검찰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의견 의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지난 18일 검찰수사심의위 현안 위원 15명은 백 전 장관의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 추가 기소 타당성을 심의해 9(불기소) 대 6(기소)으로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백 전 장관은 한국수력원자력 측으로부터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향을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로 지난 6월 이미 기소된 상태다.

기소 당시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에게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도 적용하려고 했으나, 대검찰청 수뇌부와의 견해차가 있어 수사심의위가 열렸다.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을 받는 이 사건 특성과 5만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증거기록 등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음 기일을 위해 2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거라고 밝혔다..

이에 검찰 측은 9월 중으로 '특별기일'을 지정해서라도 공소사실을 밝히는 등 신속한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2달 뒤인 11월 9일을 다음 기일로 지정하며 재판은 마무리됐다. 
 
다만 재판부는 재판 속행이 늦춰지는 대신, 오는 11월 9일에는 오전·오후 모두를 이 사건 재판에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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