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에 대한 팩트체크, "정경심의 사모펀드는 무죄" 맞고 "미공개정보이용은 일부 유죄"

안동현 기자 입력 : 2021-08-12 17:25 수정 : 2021-08-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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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항소심 선고에 쏠린 눈 (서울=연합뉴스) 


11일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재판에 대한 이낙연 대선 예비후보의 발언이 '팩트체크'의 대상으로 올랐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비리는 모두 무죄'로 판명났다는 것이 발언에 대한 사실 공방이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낙연 前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계정에 “윤석열씨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의 이유로 내세웠던 사모펀드 관련 혐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등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가 내려졌다는 것은 수사의 명분이 없었음을 증명한다”며 징역 4년형을 선고한 재판부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은 <이낙연 "정경심 사모펀드 모두 무죄?">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낙연 후보가 사모펀드 관련 혐의가 모두 무죄가 됐다고 주장한 것은 잘못 알고 있는 조국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한 정치적 접근"이라며 이낙연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더브리핑>은 <뉴스톱>의 해당 팩트체크는 "'주식과 돈'이 개입된 혐의는 죄다 '사모펀드 혐의'"로 부르고 있는 왜곡된 보도 행태에 "(뉴스톱이) 부화뇌동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모펀드는 무죄 맞아, <뉴스톱> 주장은 '코링크PE 관련 혐의'를 '사모펀드 혐의'와 같은 것으로 봐

우선 이낙연 전 대표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등에 대해서 전부 무죄"라는 발언은 절반의 사실인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정경심 교수에 대한 원심과 항소심에서, 사모펀드 혐의에는 무죄 판결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에는 유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진=정경심 항소심 판결 설명자료]


11일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 선고에 대한 설명문을 공개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한 여러 혐의를 ''입시 부정 지원'과 '사기 및 보조금 위반' 그리고 '코링크PE관련 범행'의 세 가지 범주로 묶어 각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결을 도식화했다.

이중 '코링크PE 관련 범행'에는 하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와 그 나머지인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가 포함됐다. 사모펀드 혐의로 기소된 '코링크PE자금횡령' 건은 원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들은 사모펀드 비리가 아니라 정 교수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는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WFM주식을 매수했다는 혐의에 관한 것이다.

즉 11일 재판부가 제시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기소했던 정 교수 가족의 사모펀드 비리 의혹은 지금까지 무죄로 판결났다. 이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가 말했던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비리는 무죄'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그런데 <뉴스톱>은 정경심 교수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WFM주식을 매수했다는 혐의를 '사모펀드 혐의'에 속하는 것으로 봤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정 교수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사실이 된다.

하지만 '사모펀드 혐의'와 '불법 주식거래 혐의'는 분명히 구분되는 사항이다. 사모펀드 혐의는 정 교수가 가족을 동원해 코링크PE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자금을 투자했고, 조 전 장관의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한편 불법 주식거래 혐의는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했다는 것으로 사모펀드 비리와는 경중이 다르다.
 
계속되는 '사모펀드 비리' 프레임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혐의가 무죄라는 것은 앞선 1심 재판부가 내린 판단이기도 했다. 사모펀드 혐의는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 수사의 도화선이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 코링크PE의 실소유자였으며, 코링크PE의 '블루펀드'에 자금을 투자해 부당한 수익을 추구했다는 혐의 등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끝내 검찰은 사모펀드를 통한 '권력형 비리'의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경심 교수와 그의 남동생 정광보씨는 2015년과 2017년 각각 5억원씩 코링크PE에 투자했다. 코링크PE의 운영자 조범동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였다. 그리고 2017년 7월 정경심 교수의 가족이 10억5000만원, 정광보씨 가족이 3억 500만원을 투자했고, 총 14억이 코링크PE가 조성한 '블루펀드'로 들어갔다. 이처럼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 특정 펀드에 개입돼 24억원을 투자했고, 나아가 당시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는 사실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혹을 강화하는 요인이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검찰은 애초의 사모펀드 의혹과는 차이가 있는 '코링크PE 자금 횡령 건'으로 정 교수를 기소했다. 이 혐의는 정 교수가 조범동에게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코링크PE의 자금으로 받았다는 것으로,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실소유자임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문제의 코링크PE의 실소유자는 정 교수가 아니라 조범동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대법원도 코링크PE의 실소유자는 조범동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정 교수가 코링크PE로 '가족 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남편의 권력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려는 주도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식의 '사모펀드 의혹'은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판결이었다. 이는 정경심 교수는 조범동에게 투자를 한 투자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한편 '사모펀드 의혹'과 달리 정 교수의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은 현재까지 유죄가 선고된 사항이다. 정 교수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WFM 주식을 장내매수 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받았고, 차명 거래로 주식을 거래한 것도 1~2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2018년 1월 WFM실물주권 10만주를 장외매수 한 건은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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