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에서는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과 노 원장의 뇌물 공여, 수수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교수 시절 조국 전 장관 딸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총 600만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노 원장이 조 전 장관 딸에게 지급한 장학금이 뇌물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신청한 서증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이낭 제출된 것들 중에는 언론보도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었는데 이를 두고 재판부는 "(검찰이)자료를 내겠다면 (재판부가) 받기야 하겠지만, 참고 자료로 넣을 필요가 있나 싶은 의견이다"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노 원장 측 변호인도 "어떤 신문기사든 우리는 반대한다. 증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원장 측은 "검사가 사실상 참고인 진술 조서나 피고인 신문조서에 증거능력도 없는 신문조사를 오려서 편집한 뒤에 집어넣는 '수사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부동의 하는 것이다"라며 검찰의 증거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증거능력의 문제에 관해 "언론 기사들이 사실이라는 걸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언론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낸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조국 측 변호인도 "오히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 쪽에 힘을 실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그동안 수사에 있어 수사 내용이 기사가 되고, 기사 내용을 빌미로 다시 수사가 되는 등의 반복이 있었다”며 “공소 사실에 대한 직접적 사실보다 '의심스러운 맥락'을 기사를 통해 확인해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측의 발언을 들은 재판부는 ‘기사의 존재 자체만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증거로 채택한다’는 절충안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어진 서증조사에서 검찰은 노 원장이 조씨에게 준 장학금이 자신의 병원장 취임을 노리고 조 전 장관에게 준 뇌물의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 원장이 조국 딸 조씨의 지도교수가 된 건 우연이 아니고 적극적 의사가 있었다"며 "유력인사 인맥을 중시하고 도움받으려는 노 원장이 조씨의 지도교수를 하려고 한 건 조 전 장관과 친분을 형성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노 원장은 최소한의 원칙이나 기준조차 없이 그냥 (조씨에게) 장학금을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판례를 보면 자격요건 없이 공여자 추천만으로 장학금을 준 경우 뇌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조국은 당시에도 유력인사였고, 2015년에는 조국 말 한마디가 언론에 다 보도되고 각종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부산 지역의 유력인사로 꼽혔다"며 노 원장이 조씨를 지도 학생으로 삼은 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의도적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 원장은 성적 우수자도, 생활곤란자도 아닌 조민에게 3년 연속으로 장학금을 줬고, 내부 문제 제기에도 4번 연속해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 사이 조국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됐고, 이후 노환중도 병원장이 됐다"며 조씨의 장학금이 뇌물로 변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장학금을 받기 전 2015년 12월 조씨가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엔 ‘양산 생활도 익숙해지고 거기선 교수님들도 챙겨주고 부산대엔 특혜 많으니 아쉽진 않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검찰은 해당 메시지가 조 전 장관의 자산관리인 김씨가 은닉했다가 발견된 PC에서 나온 것이며, 가족 범행의 특성상 해당하는 메시지를 발췌해 그대로 읽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당시 카카오톡 내용도 공개됐다. 조모씨가 가족 대화방에 '소천장학금을 제가 받을 건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자 정 교수는 '절대 모른척하라'고 대답한 내용이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별 대답 없이 자신이 정부 하마평에 오른 명단만 공유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조 전 장관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시한 문자 메시지에 대해 증거 부동의한 상태라며, 다음 기일에 증거능력 유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증조사를 종합했을 때 "노 원장의 장학금은 일방적 의사로 지급됐으며 최소한 원칙이나 기준조차 없었다. 이런 사정을 조 전 장관도 잘 아는 점, 장학금의 이익이 조국에게 귀속된 점,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안 됐다면 노 전 원장이 4번 연속 장학금을 주지 않았을 거라는 점, 경위 상 뇌물 범위가 명확히 드러난 점등을 봤을 때 법리상으로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에게 “저는 딸이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는 과정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자신들(검찰)이 표적 삼아 진행한 수사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기에 저에게 '뇌물 사범'의 낙인을 찍기 위해 기소를 감행했다”며 “기가 막힌다. 이런 검찰의 행태에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민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