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제는 민생"…'중수청 설치' 검찰 개혁 속도 늦춰지나

안동현 기자 입력:2021-05-06 08:14 수정:2021-05-0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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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민 의원 "민생과 개혁 함께 할 수 있어... 늦추면 안돼" 홀로 목소리

  • 당내 분위기는 '차기 정권으로 미루자'로 기울어

검찰의 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검찰 개혁의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개혁에 대한 민주당당 내 목소리가 갈리면서 이 의제는 차기 대선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에 관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윤석열 검찰'은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검찰이 갖고 있는 '6개 중대범죄 수사권'을 수사할 별도의 수사기관을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당초 4월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4.7 재보궐 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하면서 순서가 일단 뒤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분위기는 '검찰개혁은 일단 한고비를 넘겼으니 차기 정권으로 미루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개혁보다는 민생 정책에 방점 찍어야"
 

최고위 발언하는 송영길 새 대표[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송영길 대표는 경선 과정 중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의 속도를 조절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지 세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조직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검찰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지금의 제도부터 내실있게 갖춰야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검찰개혁에 대한 속도조절론은 당 대표 선거에서 2위로 패배한 홍영표 의원의 입장이기도 했다. 홍영표 의원 또한 선거를 앞두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수청 논의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 검찰 개혁의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가 높아진 것은 4.7 재보궐 선거 결과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참패의 커다란 패인 중 하나로 현 정권과 검찰의 지속적인 갈등이 지적됐다. 정권과 검찰의 대립 속에서 유권자들은 검찰개혁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와 같은 여론의 변화를 감지한 여권은 대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에서 검찰개혁을 먼저 내세우기보다는 민생 정책에 방점을 찍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은 아주로앤피와의 통화에서 검찰개혁의 속도조절론이 부상한데에는 "(재보선에) 일정하게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히 있다"며 중수처 설치 등의 개혁안은 "당 전체적으로 다시 논의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최고위원은 자신은 "일단은 민생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의 차후 정책 의제가 민생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검찰 개혁에 앞장서 왔던 김남국 의원 또한 현재는 민생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주로앤피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했을 때 민생 문제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민생 정책으로 '부동산 공급 정책을 통한 내 집 마련'과 '백신 접종 확대를 통한 경제의 회복'을 강조했다.
 
'개혁 기조 유지' 목소리도 만만찮아

최고위 발언하는 김용민[사진=연합뉴스]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개혁은 서로 다르지 않다"며 "검찰 개혁뿐만 아니라 언론개혁, 부동산투기 근절을 위한 개혁, 각종 민생개혁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여권 내에서 등장하고 있는 개혁에 대한 속도 조절론과는 결이 다른 입장이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前총장의 공식적인 사퇴이유는 '중수청 설치를 막겠다'는 것이었다"면서 "여기서 중수청 설치를 접는다면 윤 前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치적으로 중수청을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당내에서 민생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이라고 지적하면서 "민생과 검찰개혁을 함께 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로 당선된 것을 언급하며 "저에 대한 선택은 ‘개혁을 여전히 계속해라. 중단하지 말고 해라’라는 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득표율은 12.4%로 꼴찌였지만, 국민 여론조사와 일반당원여론조사에서는 각각 23.87%와 22.28%의 높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개혁을 지지하는 여권 내에 여론이 작지 않은 만큼 개혁의 속도를 전면적으로 늦추는 것 또한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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