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종업원 무단 결근과 지각에 손해 배상 받으려면

한석진 기자 입력:2020-10-20 08:00 수정:2020-10-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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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J씨(35세)는 지난 15년 동안 대형 미용실 헤어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모은 돈으로 지난 2015년 4월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미용실을 개업했다. 약 4년간의 노력 끝에 미용실이 정상 괘도에 오르자 J씨는 3명의 헤어 디자이너와 D씨(27세)를 포함한 4명의 보조 직원을 채용했다.

그러던 중 평소 잦은 음주로 지각과 결근이 빈번했던 D씨는 지난 2019년 9월쯤 J씨의 연락을 끊어버리고 무단결근을 시작했다. J씨의 미용 업무를 보조하던 D씨가 무단결근을 하게 되자 J씨는 이미 예약된 고객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예약 취소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약을 문의하는 고객에게도 예약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J씨는 D씨와 약속한 날짜에 D씨의 계좌로 전월 분 급여를 넣어 주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2019년 10월 D씨는 J씨에게 “그만두겠다”는 문자메시지를 한 통을 보낸 후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D씨가 무단결근한 것도 모자라 무단 퇴사까지 해버리자 J씨는 다른 보조 직원 K씨를 채용한 뒤 K씨가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어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J씨는 지난 2019년 D씨를 상대로 “D씨의 무단결근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D씨로 인해 영업 이익에서 손해를 본 데다 고객 예약 취소로 인한 신용훼손 등의 손해도 보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2단독(소액)부에 400만원 가량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자영업자와 직원은 흔히 사회적 강자와 약자를 뜻하는 갑을(甲乙) 관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직원들에게 악덕 업주들이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장시간 근로만 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거꾸로 무단지각, 무단결근 등과 같은 직원들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영세 자영업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직원들도 많이 존재한다.

자영업자는 이런 근로자를 상대로 무단결근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리적으로는 근로자가 자영업자와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근로자는 자영업자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근로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자신의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한 결과 자영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근로자는 민법 제390조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1991년 3월 충남 서천읍에서 근무한 공중보건의 김모씨가 근무지를 이탈해 무단결근을 한 사건에서 “무단결근은 결국 노무제공의 불완전이행이기에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발생한 손해는 영업이익의 손해, 즉 일실손해”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7다58767 판결).

그러나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판결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종업원의 무단결근·퇴사 때문에 자영업자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손해가 발생했는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핵심적인 업무가 아니라,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업무를 처리하는 종업원이라면 더 손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J씨의 경우 D씨의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달을 기준으로 지난 3개월 간 평균 매출과 평균 접객수를 취합해 평균 객단가를 산출했다. 객단가란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을 말한다. 매출을 접객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여기에 D씨 때문에 발생한 고객 예약 취소 횟수를 곱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산정기간을 3개월로 잡은 이유는 만약 산정기간이 너무 짧으면 인위적으로 산정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함과 동시에, 객단가의 안정된 평균을 산출하기 위해서다.

J씨가 D씨를 상대로 낸 재판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 7월 14일 이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J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씨의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J씨의 업무 등에 불편함을 초래한 것을 넘어서 J씨가 주장하는 영업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D씨의 귀책사유로 J씨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하나의 문장으로 J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J씨는 담당재판부로부터 그 외 어떠한 이유도 듣지 못했다. J씨의 재판은 소액사건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소액사건재판이란 당사자가 민사소송에 의해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금액이 3000만원 이하 사건의 경우 다른 민사사건보다 간편하게 소를 제기하고 소송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소액사건의 경우 판결문을 받아보면 판결이유의 기재가 없거나 매우 간략한 경우가 많다. 소액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담당 재판부 마음대로 판결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J씨는 즉각 항소했다. 그 결과 J씨의 사건은 확정되지 않고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 민사부에 항소심으로 계류된 상태다.

자영업자는 무조건 갑이고, 직원은 무조건 을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자영업자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어주는 곳이 없다. 또한 자영업자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보호 장치도 전무한 상태다.

J씨의 사건을 담당한 항소심 재판부가 이번에는 어떠한 결과를 낼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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