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표성이다. 다양한 사회세력이 정치과정에 참여해야만 대의제의 정통성이 확보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즉 여성의 대표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남성이 주도하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 ‘양성평등’이 이뤄지고 ‘여성권익’이 보장될 수 있을까. 아주경제는 <정치와 젠더>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 참여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국회가 문을 연 1948년 제헌국회에서 200명의 의원 중 여성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후 50년 넘게 여성 의원 수는 단 10%를 넘지 못했다. 처음 여성의원 비율이 10%를 돌파한 것은 2004년 17대 국회로 299명 중 39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8대 13.7%, 19대 15.7%를 기록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역대 최고인 51명의 여성이 국회에 입성했다. 전체 의석(300석)의 17%를 차지해 매 선거마다 꾸준히 여성 의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우리나라 역대 여성의원비율에 대해 통계청은 “1990년대까지 5% 미만의 매우 낮은 수준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높아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15%를 넘어서게 됐다”며 “이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는 것과 함께 여성의 입장을 정책 결정이나 법률제정을 통해 대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의미하고, 젠더 측면에서 사회통합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해외사례와 비교해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은 낮은 편이다. 2019년 국제의원연맹(IPU)이 발표한 여성국회의원 비율 및 각국의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190개국 중 118위에 그쳤다. 전 세계 의회를 갖춘 나라들 중 중간에도 미치는 못하는 수치다.
전 세계 국가 중 5위를 차지한 스웨덴은 전체 의석 349석 중 43.6%가 여성이다.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스웨덴은 여성 의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각 정당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각 정당은 자발적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해 여성공천 비율을 높였고, 그 결과 자연스레 여성 의원의 비율은 높아졌다.
프랑스는 577명 중 여성 151명으로 공동 46위에 올랐다. 프랑스의 경우 남녀동수법(각종 선거에서 남녀후보가 동수가 되도록 하는 것)이 2001년부터 시행돼 여성의원 비율이 점차 늘었다.
또, 프랑스는 2008년 헌법 제1조에 “법은 여성과 남성이 직업과 사회에서 책임과 선출직에 진출하는 것에 있어서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
우리나라도 여성계의 꾸준한 요구에 발맞춰 여성의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2002년과 2004년 국회 및 시도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공천여성할당제’를 정당법에 포함시킨 것이다. 그 결과 여성 의원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그러나 전체 의석의 80%를 차지하는 지역구 선거에는 여성할당제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녀동수법’이 주목받고 있다. 법안은 모든 선출직 선거에서 여성 50% 이상 추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현재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20%에 못 미치고, 광역단체장은 단 한명도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에 근거한 양성평등과 여성 참정권의 구체적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주 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계 수준과 비교해 여성 정치 참여가 낮다는 이야기는 30여년이 넘었다”며 “정당 내 정치문화로 여성 대표성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제도’를 바꾸는 일밖에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