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88년 개정 후 28년 만이다. 법안 내용을 두고 여야 이견이 컸으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군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간절한 호소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김씨는 이날 본회의가 끝난 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찾아 연신 “감사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어머니와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185명 가운데 찬성 165표, 반대 1표, 기권 19표로 산안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반대 표를 던진 의원은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문희상 의장은 법안 가결 선포 후 “앞으로 고 김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산업현장의 안전을 더욱 강화하고 만전을 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회의가 끝난 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한정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우원식·박홍근 의원 등은 본청 당대표실에서 김씨와 면담을 가졌다.
김씨는 이 대표를 보자마자 안으면서 “(법이 통과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며 “조그마한 힘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겠다. 그게 우리 아들이 바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1970년도에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고 나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많이 알려지면서 노동자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생겼다”면서 “고 김씨의 희생이 많은 산업현장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 “법이 통과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독하는 일도 중요하다”면서 “의원들과 함께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독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우원식 의원은 “저 역시 여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산안법 개정안 통과를) 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면서 “고 김씨의 아픔 속에서도 이런 결과가 만들어져서 다행스럽다”고 전했다.
김씨가 울먹이면서 “(감사한 마음이) 말로 다 표현이 안 된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특히 환노위에서 야당을 상대로 산안법을 논의한 한정애 의원은 면담 후 김씨와 포옹을 하면서 눈물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