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리걸테크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안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오) 입력:2018-11-15 06:00 수정:2022-06-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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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진우 변호사의 '지금은 리걸테크(legaltech) 시대' ①

한국과 프랑스의 정상이 만나 4차 산업혁명 관련 상호투자를 독려하고 확대하겠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가리킨다.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언급된 ‘제4차 산업혁명’ 용어는 정보통신기술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대표하며, 기존 산업혁명에 비해 더 넓은 범위에 빠른 속도로 영향을 끼친다.

디지털 정보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업무 때 사용하는 이메일뿐 아니라 카카오톡, 삼성페이와 같은 디지털 매체와 플랫폼을 활용한다. 특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 리걸테크(legaltech)는 법률시장의 판도를 바꿀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초기 리걸테크(Legal-tech)는 법령·판례 검색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지칭했다. 최근엔 ICT 활용과 관련된 새로운 형태의 법률서비스를 총칭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과 전자증거개시(E-Discovery)를 활용한 전자소송제도는 리걸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 활용하는 가상데이터룸(VDR), 인공지능(AI) 변호사 등도 법률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의 단서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물증을 잡기도 했다. 포렌식 사이언스라고 칭하는 법 과학에 디지털이 합성된 디지털 포렌식(과학적 증거분석기법)은 휴대폰이나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를 분석해서 범죄사실을 입증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BMW 차량 화재 사건부터 연예인 리벤지 포르노 사건 까지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받아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버몬트 로스쿨의 구디노프 교수는 리걸테크의 혁신 단계를 ▲기술적 능력이 향상되는 1단계 ▲기술이 점차 사람을 대체하는 2단계 ▲기술이 현 체제의 근본적인 재설계 또는 교체를 가져오는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리걸테크의 선진국은 사람을 대체하는 2단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인간과 AI의 보험사건 분쟁조정 결과 예측 싸움에서 AI가 승리하기도 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케이스 크런쳐 알파'라는 프로그램이 영국 굴지의 로펌 변호사 100명을 이기기도 했다.
미국의 AI ‘로스(ROSS)’는 초당 10억쪽의 법률 문서를 검토·분석해 의뢰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범죄 사실과 범인의 구체적 신상정보를 통해 재범률을 분석해주는 AI ‘컴퍼스(Compas)’도 있다. 영국의 챗봇 ‘두낫페이(DoNotPay)’는 주차위반 과태료에 대한 이의신청사건을 도와주는 리걸로봇으로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 리걸테크는 법률 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선 인간이 AI 정보량을 따라갈 수가 없다. 실례로 한 로펌이 고객 회사 서버 6대와 PC 6대의 서류를 전부 출력하니 A4용지로 약 20만장, 거의 2t 트럭 2대 분량의 문서가 나왔다. 환경이 변하고 법률체계가 고도화하면서 다루어야 할 문건이 많아졌다.

법률 시장이 과포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수는 2만여명에 달한다. 또한 로스쿨 제도 시행으로 매년 1,500여명의 신규 변호사가 양산되고 있다. 변호사수의 인위적인 조절은 법률시장이 직면할 문제를 해소할 본질적인 방법이 될 수 없지만 법률 서비스의 새로운 기술 수급 역시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리걸테크가 제시되고 있다.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생활법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개인간 혹은 소규모 분쟁이 늘어나면서 ‘타이니로(Tiny Law)’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생활법률 문제 해결에 적합한 변호사를 찾아주는 서비스도 대중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사건 해결에 필요한 법률과 판례를 효율적으로 검색하고 법률 자문과 전략을 수립해주는 또 다른 법률서비스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 광풍은 법률서비스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가상화폐는 개인간거래(P2P)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시스템이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고, 은행을 통한 고비용의 보안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람들에게 기존 은행시스템 존재에 의문을 갖게 했다. 이런 금융업계 변화는 특유의 폐쇄성으로 기술 활용에 소극적이었던 법조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률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새로운 시장 개척, 법률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위해 법조계도 4차산업혁명에 따른 필연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법제처의 AI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알 수 있듯 리걸테크는 법률시스템 변화의 중심 흐름이 되고 있다. 이에 발맞춘 관심과 투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리걸테크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법조계도 이런 변화에 발을 맞춰야 할 때이다.
 

[사진=법률사무소 다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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