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양심의 진정성' 증명은 새로운 과제

한지연 기자 입력:2018-11-02 09:17 수정:2018-11-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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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진실된 양심' 검증 자료 제출하면 검, 판사가 증명해야

[사진=연합뉴스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앞으로 관련 쟁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주장하는 ’진실된 양심‘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1일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대법관 대다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병역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훼손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면서 "'양심'이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 파멸될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마음의 소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판단할 때는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不)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진실된 양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출생 및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며 검사나 판사는 이런 모습을 살펴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진실성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없고, 개인의 사생활이나 성향을 낱낱이 검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 판사·검사에게 인간 내면의 영역인 양심을 들여다보고 평가할 수 있는 과도한 재량 권한을 부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개인의 인생을 확인해 '진짜 양심', '가짜 양심' 등 내면의 영역의 진실성을 감별하라는 것인데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면서 "구체적 기준과 관련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는 일종의 '관심법'과 같은 마구잡이 수사와 재판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판결에 반대의견을 낸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도 "양심의 존재는 명확하게 증명될 수 없고, 병역 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면서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사정들은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도록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견은 특정 종파의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이 보호하는 양심의 범위를 근거없이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더욱 억제하고 있다"면서 "양심의 진정성은 형사절차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종교의 신도가 늘어날수록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해줄 국가적 토대도 함께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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